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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Space-WEENARI, dalsung-nongong, daegu, Korea

민족의 영산 백두산 그리고 강위원의 사진

민족의 영산 백두산,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백두산이라고 하면 묘한 감정에 빠져들고 만다. 그 묘한 감정이란 무엇인가? 구한말까지도 백두산은 민족의 정기를 세우기 위해 천왕당에서 단군께 제사를 드리던 곳이다. 또한 그곳은 고구려 시대 우리 조상들이 중국대륙을 활개치며 다니던 역사활동의 무대였고, 우리는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웅비의 한민족을 떠올린다. 그리고 우리는 분단이 되었기에 더욱 더 한반도의 통일을 염원하면서 백두산을 그리워한다. 그 외에도 사람마다 여러 감정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우리 민족과 연관된 그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강위원은 90년 이래 지금까지 12차례에 걸쳐 백두산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모습들을 촬영했다. 그때마다 새로운 것이 보인다고 했다. 천의 얼굴을 가진 백두산은 다양한 계절과 기상 변화에 의해 수시로 그 모양새를 바꾼다. 그는 살을 에이는 차가운 겨울에 입술이 갈라지고 귀와 코가 동상을 입음도 무릅쓰고 강한 바람을 버티어내면서 산을 올라갔다. 백두산 천지에 우뚝 서서 강풍을 맞으며 폐부에서 거칠게 올라오는 숨을 억지로 잠재우며 천지를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 생각은 다름이 아니라 한 많은 민족의 일원으로서 공유하는 깊은 상념이다.

우리는 보통 풍경사진이라고 하면 조용하면서 정적인 그 무엇을 떠올린다. 그러나 강위원의 사진은 강렬하다. 그 강렬함에서는 기마민족의 진취적인 기상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이러한 강렬함을 만들기 위해 편광 필터를 적절히 이용하여 주로 이른 아침과 해질녘에 촬영을 하였다. 그러므로 진한 청색의 하늘과 불그스레한 땅이 보색으로서 강한 대비를 이룸과 동시에 잘 조화를 이루어 강력함의 이미지를 창출한다. 뿐만 아니라 의도적으로 부족 촬영을 함으로써 다량의 암부 속에서 힘있는 명부를 획득할 수 있었다. 동양의 음양사상처럼 명부는 암부 속에 있을 때 비로소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검은 톤에서 우리민족의 잠재된 저력을 명부는 다가오는 시대에 대한 희망을 생각게 한다.

그의 사진에는 자연과 돌과 나무를 사랑하는 우리 민족의 정서를 물씬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옛날 우리의 어른들은 강가에서 까만 돌을 주워와서 이돌은 마치 ‘무엇’을 연상시키는구나 하면서 좋아했다. 수석을 한다는 것은 자연을 집으로 끌고 들어와 감상하는 것으로 산천에서 돌을 고를 때에는 어떠한 형상과 비교하여 수집을 한다. 이것을 형상석이라고 부르며, 이와 반대로 추상석이라고 하는 것은 뚜렷한 그 대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추상적이면서 상징성을 내포하고 있는 모호한 ‘무엇’에 대한 관심이다. 여기서는 돌을 통해서 다각적인 생각을 연상하는 것이다.

작가 강위원은 천문봉을 찍으면서 “투구를 쓴 장군이 누워서 지긋이 북녘 땅을 바라보고 있는 듯 했다”고 했다. 실제로 그 사진을 보면 장군의 눈, 코, 입이 나타나고 이어서 장군의 투구가 연상된다. 또한 천지의 달 문을 통해서 떨어지는 장백폭포의 장관과 그리고 이도백화 강으로 이어지는 길게 늘어진 구불구불한 물줄기를 찍은 사진은 장백온천의 증기와 만나 신비감을 자아냄과 동시에 민족의 끈기와 유구한 역사를 의미한다.

그가 사진의 설명문에서 “도롱뇽이 승천하는 듯한 바위가 인상적이다.”,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려는 듯 보인다.”라고 했듯이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자연을 감상함에 있어 어떠한 자연 대상을 형상과 비유하여 감상하여 왔다. 장군봉이라든지 처녀 바위 그리고 어떠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망부석 등이 그 예이다. 그가 빗대어 풍경을 설명하고 있는 것도 자연을 다분히 우리식으로 감상하는 방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사진의 대다수가 이러한 역사적이고 이퀴벌런트적인 요소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연의 장계함도 있고 감상적이고 서정적인 아름다움 또한 있다. 최근 들어 그의 작업은 거시적인 차원에서 큰 백두산의 모습이 아니라 보다 미시적인 관점에서 백두산 속의 숨겨져 있는 자연 현상에서 깊은 의미를 찾아내고 있다. 예를 들자면 자연의 생명력에 관심을 보이는데 대협곡의 봉우리 위에서 마지막 생명을 다 하는 자구마한 나무 한 그루에 관심을 나타낸다든지, 천지의 해빙에서 갈라진 틈으로 우리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였다. 이렇게 백두산이라는 그 자체의 생명력에도 깊은 애착을 가지고 있다.

강위원의 풍경 사진의 정신적인 요소는 다분히 동양적이고 민족적인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 민족의 역사적 체험과 동고동락했던 상징적인 요소를 갖고 있는 백두산이라는 자연대상을 찍음으로 민족적인 영감의 미적대상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마치 시벨라우스의 교향시 <핀란디아>가 제정 러시아의 지배 아래 있을 때에 조국의 암담한 현실을 의미해서 국민파 음악이 되었듯이 강위원 사진 역시 국민파 사진이라고 붙여도 좋을 것이다.

- 1995년 이용환

EBS 다큐멘터리 세계테마기행 - 강위원과 함께하는 중국 동북지방의 겨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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