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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Space-WEENARI, dalsung-nongong, daegu, Korea

백두산의 우리꽃

사진 이미지는 촬영 대상을 근거로 한다. 사진 감광유제는 필연적으로 대상이 반사하는 빛을 기록한다. 즉 사진에 찍힌 것은 존재하는 것이거나 적어도 존재했던 것이다. 있는 것만을 기록할 수 있는 사진의 특성이 기록적 가치에 가장 큰 신뢰도로 작용한다. 바로 여기에 다른 어떤 그림이 할 수 있는 것보다도 더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진의 본질적 특성인 사실성이 있다. 다시말해 사진은 유(有)에서 유(有)를 창조해낼 뿐 무(無)에서는 어떠한 것도 형상화해낼 수 없다. 사진가는 적당히 상상력으로 제작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 곳이 아무리 위험한 곳이라 할지라도 촬영 대상과 함께 해야만 찍을 수 있다. 강위원 교수의 ‘백두산의 우리꽃’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그가 중국을 거쳐 힘들고 위험한 그 곳에 갔다는 것이다. 사진의 현장성(現場性)때문에 우리 모두가 그리워하는 백두산을 보고 백두산의 꽃을 볼 때, 백두산에 서 있는 사진가를 함께 생각하게 된다.

강위원 교수의 ‘백두산의 우리꽃’은 얼어붙은 바위틈을 뚫고 피어나는 새순에서 눈덮인 산기슭의 잎줄기까지 사철의 꽃을 두루 접하게 한다. 백두산 특산 식물인 두메양귀비를 비롯하여 각시 투구꽃, 애기금매화, 바위구절초, 너도 개미자리, 애기쾡이눈, 어린 곤달비 등 그 수가 수백종을 헤아린다. 그의 방대한 작업이 한, 두 차례 꽃 놀이차 찍은 사진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 사진들은 우선 정보적 가치가 높다. 특히 그 꽃이 우리의 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산업화에 따른 환경의 피폐와 화려하고 향기 짙은, 이름도 생소한 수입 꽃에 밀려 소박한 우리의 꽃들이 하나 둘 그 빛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원형 그대로 고스란히 남아 자생하고 있는 백두산의 우리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다행스럽기까지 하다. 이렇듯 그의 사진은 엄격한 객관성을 바탕으로 꽃을 완전하게 복사하여 자료로서의 효용성을 갖는 사진이 두드러진다.

한편으로, 사진가 자신의 감성과 지성을 꽃에 이입시켜 독특한 스타일 체계를 통해 사진미학을 구축한 사진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그의 사진에서 짙게 느껴지는 한국적인 이미지의 구조를 살펴보면, 우선 그의 대표적 스타일 체계는 공간 구성이다. 그 구성은 조리개를 개방시켜 피사계 심도(被寫界 深度)를 얕게 하는 것이다. 그 결과 꽃은 얕은 심도에 의해 자연스럽게 부각되고 배경은 흐려진다. 얕은 심도는 한국화와 같은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화가 김홍도의 ‘씨름’ ‘마상청앵도’ ‘군선도’ ‘빨래터’, 신윤복의 ‘봄나들이’ ‘월하정인’, 변상벽의 ‘묘작도’, 강희언의 ‘석공’, 김득신의 ‘파적’ 등에서 한결같이 보여 지는 기법은 취함과 버림이다. 취함과 버림이란 중요한 것은 남기고 불필요한 것은 제거하는 것이다. 이들 화가들은 관심이 있는 부분은 명확히 표현을 하고 관심이 없는 부분은 과감히 생략하였다. 우리의 조상은 핵심만을 그려서 작품의 격을 높였고 상대적으로 넓어진 여백으로 넉넉함과 편안함을 주었다. 이것이 바로 사진에서 얕은 피사계심도의 효과와 흡사하다.

둘째, 꽃과 배경이 조화를 이룬 구도이다. 주제는 꽃이고 부제는 배경이다. 종속과 지배 관계가 아닌 서로 호응하고 서로 어우러져 있다. 정복이 아닌 조화를 엿볼 수 있어 동양 사상에 심취하게끔 한다. 기암 절벽의 무서운 바윗덩어리가 아니라 둥그스럼한 따뜻한 돌덩어리가 있고 현란한 자태가 아니더라도 무한한 생명력을 느끼게하는 조그마한 꽃이 그 곳을 헤집고 피어난다. 군데군데에서 우리네 삶의 터전과 우리민족의 끈기를 맛보게 한다. 꿈틀거리는 생명력과 원초성(原初性)이 위대하기까지 하다. 셋째, 선의 처리이다. 한국의 미를 ‘선(線)의 미’라고들 하는데, 그의 사진에서 선이 자주 등장한다. 꽃의 형상, 가느린 줄기에서 함축성 있는 한국정서를 읽을 수 있다. 선은 그가 한국적 이미지를 형상화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이용되고 있다.

외국 문화를 뒤쫓던 음악, 미술과 같은 예술 분야에서 이제는 우리 색깔을 갖자는 의식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사진분야에서도 과연 한국적인 사진은 무엇이며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는 사진가가 누구인가 하는 자각이 움트고 있다. 갓쓴 촌로나 찍고,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인을 찍는다고 한국적인 사진가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사진가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적인 특수한 삶의 주체를 택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로부터 보편성을 간파해 그것을 형상화해내는 일이 요구된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가장 한국적인 사진가가 되는 길은 외래문화의 막연한 동경과 맹신 그리고 수입상 노릇에서 벗어나서 이 시대의 성격과 요구가 무엇인가를 자신의 판단 하에 통찰하여 시대정신을 사진에 담아내는 사진가가 되는 길이다. 다시 말하면, 가장 한국적인 사진가는 이 시대를 직시하고 있는 가장 철학적인 인간이어야 한다. 그럴 때라야 우리의 사회, 역사, 문화적 상황에 걸 맞는 사진의 미학적 방향설정이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강위원 교수의 한국적 정서에 대한 끈질긴 모색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한국적 사진미학 정립에 커다란 몫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기명

EBS 다큐멘터리 세계테마기행 - 강위원과 함께하는 중국 동북지방의 겨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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