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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Space-WEENARI, dalsung-nongong, daegu, Korea

마음의 고향 농촌

한국인들에게 고향의 의미는 출신 지역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고향에 대한 향수는 농촌의 정취를 떠 올리게 된다. 그것은 거슬러 올라가면 한국인 대부분이 농촌과 무관할 수 없으며 우리들의 정신세계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로부터 시인 묵객 등 예술가들은 번화한 도심보다 한적한 농촌의 삶을 이상향으로 삼았고, 지금도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농촌마을에서 자신의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예술과 무관한 일반인들도 기회가 닿으면 전원생활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으며, 일터를 찾아 도시로 이주하였던 농촌 출신들도 나이가 들면서 귀향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현대화와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든 시기에 우리사회는 일방적으로 편협偏狹하게 서구문화에 동화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농촌문화들을 무가치한 것으로 매도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시에서 태어나 성장한 젊은이들도 휴가철이 되면 한적한 시골마을이나 산사 등을 찾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으며 어린이들 역시 농촌체험 프로그램에 즐겁게 참여하는 등 농촌에 대한 호감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한 것들은 농촌이 우리민족의 삶과 문화에 대한 원형을 가장 보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대구와 지금은 대구광역시에 편입되었지만 인근 달성군 논공면 위천동의 농촌에 집이 있었다. 그래서 주말이나 방학에는 시골에서 보내게 되었고 그렇게 보아온 농촌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나에게 가장 편하게 느껴지는 친숙한 대상이 되었다. 사진 작업을 시작하던 감수성이 예민하든 젊은 시절, 여가가 날 때 마다 대구 인근에 위치한 화원유원지를 찾았다. 화원유원지를 건너가면 다사면, 당시만 해도 그곳을 흐르는 낙동강지류에는 다리가 없어서 대구 근교이면서도 교통이 극도로 불편한 오지였다. 그곳에서는 어릴 때 고향마을에서 보았던 여러 가지 모습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고 그것은 나의 작업에 소재가 되었다. 지금 살펴보면 초기에 내가 찾은 소재의 대부분은 농촌의 목가적牧歌的이고 서정적抒情的인 모습이었다. 그것은 내가 농촌마을이 고향이기는 하지만 농촌애서 살면서 농사를 지어본 경험은 없기 때문에 농촌의 현실에 대한 깊은 인식을 하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것들만 찾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본격적으로 농촌을 촬영하기 시작하면서 몇 가지 관점에서 농촌을 바라보았다. 첫째는 위해서 언급한 것과 같은 농촌의 서정적인 풍경이다. 둘째는 농경과 추수에 대한 작업이다. 셋째는 농촌지역에 산재한 오일장이다. 넷째는 유교문화의 근간인 전통적인 기와집이다. 다섯째는 농춘주민들이 많이 찾는 산사의 풍경들이다.

먼저 지역적 특성과 특산물을 알아보았고,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문화적인 사항들을 조사하였다.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테크닉보다는 본질을 파악하려는 방법으로 대상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였으며, 시각적인 효과를 통하여 보는 사람들이 내가 설정한 주제를 알아보기 쉽도록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상당한 세월이 흐른 현재의 시점에서 그것을 보면 나의 농촌사진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시절에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었던 모습들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스쳐 지나갔던 것들이었다. 그 속에는 우리 농촌에서 찾을 수 있었던 환경공학적인 측면과, 인간을 본위로 하는 과학적인 요소,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미적 의식 등이 자연스럽게 표출되어 있어서 그저 바라만 보고만 있어도 편안함과 그 시절을 회상하는 아련한 정취 같은 것을 느끼게도 한다.

농촌사진을 촬영하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느 곳에서 어떠한 관점에서 접근하느냐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농촌의 현실을 바르게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농촌이 기형적으로 변모해 황폐화되어가고 있다. 그것을 고발적인 자세로 기록하느냐? 아니면 옛 농촌의 정취가 담긴 서정성을 표현하여 이 아름다운 농촌을 우리가 보존해야하지 않겠는가 하는 방법, 즉 호소적인 자세를 택하느냐? 어느 것을 선택하는가가 우선적으로 결정되어야한다. 그러한 표현을 하고자 하는 내용이 결정되면 먼저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내용을 발견할 수 있는 지역을 찾아야 한다. 지역의 선정하기 가장 쉬운 방법은 서적이나 인터넷 등에서 자료를 찾고 현지를 방문해서 본인이 원하는 장소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지의 기상조건이나 정황을 알아볼 수 있는 라포Rapport(현지조사를 할 때 협력하는 보조자를 의미로 사용하며 무슨 일이라도 털어놓고 말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를 설정하여 현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소상하게 알고 대처할 수 있어야하겠다. 그러한 준비가 끝난 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관점에서 시각적인 표현방법을 활용해서 자신이 하고 져 하는 이야기가 담긴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업된 사진들은 일관된 주제의식 아래 선정하고 편집하는 과정 또한 대단히 중요하다. 여기에다 사진의 설명을 붙이고 전체적인 견해를 곁들여서 정리하면 완성된 농촌의 테마를 가진 포트폴리오가 마무리 될 것이다.

사진에 입문할 당시인 1968년은 우리나라 사진계는 생활 속의 사회적인 문제를 사진의 소재로 다루면서 연출을 하지 않고 스냅을 요구하는 생활주의 리얼리즘이라는 도몽켄이 주장한 사진이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으며 나 역시 그러한 사조에 동참하였다. 그래서 고향인 농촌을 오갈 때마다 마을에 살고 있는 지인知人들과 노인들에 대한 기념사진을 촬영에서부터 인근의 농촌을 방문하면서 그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을 기록하였다. 당시 공모전이나 전람회에서 그러한 소재를 다루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적당히 연출된 사진들이었다. 그러나 사진사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앙리 까르티에 부레송의 “결정적 순간”에 매혹되어 있던 나는 될 수 있는 한 연출을 하지 않으면서 대상에 접근하려고 하였고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발표도 하였으나 대부분은 사장되어 있었다.

농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순박한 모습을 간직하며 살아오고 있지만 도시와 비교하면 문화적인 혜택은 물론 교통의 불편과 취업의 기회가 적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당하고 있었다. 새마을 운동을 기점으로 경제성장을 추진하면서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급변하는 동안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교육과 취업 등의 이유로 농촌을 떠나게 되었다. 그리고 생활여건과 의료기술의 향상 등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났으며 산아제한 등으로 저 출산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어 농촌에는 대부분 노인들만 남아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 경제적인 준비를 하기 보다는 자녀들의 교육과 취업, 그리고 조시로의 정착을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투자한 세대들이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자녀들과 함께 대가족을 형성해서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고 자녀들은 핵가족을 향성해서 도시에 정착하였고 그들만이 고향인 농촌에 남아있다. 더구나 부부중의 한분이 사망을 하였거나 병이 깊어졌을 때에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서 사회적인 문제로 발전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가장 큰 피해자는 농촌의 노인 자신들이며 경제적인 면은 물론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면에서 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 그들은 자녀들이 떠난 상태에서 아무리 늙어도 농사일을 계속해야하고 취사, 청소, 가계관리까지 기본적인 생활에 다른 가사노동도 감당해야한다. 그리고 장기간의 노동에 따른 노인성 만성질환과 농약중독 등으로 인한 건강문제가 심각하지만 의료기간은 도시에 집중되어 있고 교통수단마저 불편한 것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외에도 농촌일수록 삶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문화적 기반이나 복지시설이 조성되어있지 않아서 노후의 허탈감과 더불어 외로움을 느끼면서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되며 무기력해 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서 보여주는 사진들은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의 사진들이다. 당시에 촬영한 많은 사진들 중에서 사진의 본질적인 가치를 존중하면서 농촌의 일상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대상으로 무언가 느낌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선정하였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사회의 커다란 문제점으로 등장하고 있는 농촌의 현실에 대한 내용이 사실적인 방법으로 기록된 것들을 중시하였다.

한 장의 사진은 말이나 글로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사실을 담고 있으며 그것은 바로 다큐멘타리Documentary사진의 존재가치와 사진의 기록성을 구현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다. 선정한 사진 속에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된 여러 가지 양상들이 적나라하게 보여 지고 있다. 그것은 당시 농촌의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증거로서 오늘날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문제점들을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하였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자료로 삼을 수도 있다. 그리고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당시의 어려운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 요소들도 포함되어있다. 그래서 개개인이 살아온 관정과 환경에 따라서 아련한 향수에 젖어들게 하기도하고 회한悔恨의 눈물을 흘릴 수도 있을 것이며 그 시대 농촌의 삶에 대한 문화적 버전version으로 인식하고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그들 세대가 자녀들을 위해서 기울여온 노력을 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되어온 우리 농촌의 문제점들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자 한다.

현재 농촌에 관련된 사진들은 정부기관 등에서 사진공모전의 형태로 치루는 것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그것들은 한 점의 작품으로 평가하는 방법뿐이기 때문에 우리 농촌에 대한 사진가들의 견해가 담긴 사진의 제작이나 올바른 진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제대로 된 한국적인 농촌사진의 재조명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하였다고 생각하며 그것으로서 우리의 정체성과 미학을 정립하는 계기를 마련하여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사람들의 의식이서구 지향적인 방향으로 급격하게 변화해왔다. 사진문화도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지만 한국적이거나 농촌문화에 대한 사진들이 폄하貶下되어왔다. 그 예로는 최근 여러 가지 주제로 대규모의 사진전시가 다양하게 기획되었지만 한국문화의 중추에 해당하는 농촌에 대한 대규모 사진전시는 한 번도 기획된 적이 없는 것을 들 수 있다.

-강위원

EBS 다큐멘터리 세계테마기행 - 강위원과 함께하는 중국 동북지방의 겨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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