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gang@naver.com

Art Space-WEENARI, dalsung-nongong, daegu, Korea

정겨웠던 사람들

1990년 8월 처음으로 백두산을 가면서 새벽에 도착한 연길역의 풍경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회색 콘크리트 역사의 벽에 붉은 색 글씨로 “연길에 오시는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말은 그야말로 수백 마디의 말보다도, 연사의 힘찬 웅변보다도 더 크게 나의 마음을 움직였다. 서 시장을 비롯한 연길 시내 곳곳에서 한글로 된 간판을 보고 길거리에서 만나는 조선족들과 우리말로 대화를 나누고....... 그야말로 감동과 감동의 연속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정겨운 인사를 주고받았다. 썩장이라고 부르는 청국장과 김치, 된장에 박은 풋고추와 깻잎 장아찌, 순두부, 냉면을 먹으면서 감동은 배가되었다. 수많은 자전거의 행렬과 더불어 북경과 장춘 등지에서 보았던 중국적인 요소와 초가집 등 전형적인 조선족들의 참모습들과 한데 어우러져서 묘한 감동을 보여주었다. 두만강변에서는 북녘 땅을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유람을 온 아주머니들의 멋들어진 춤사위를 보았다. 한복을 입고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흘러간 옛 노래에 맞춰 추는 그들의 춤추는 모습은 예전 우리네 시골마을 사람들이 장고와 괭가리 장단과 어우러졌던 모습과 같았다. 민족적인 서정에 흠뻑 빠져들었다.

한국을 떠나올 때 누구가가 찾아보라고 일러준 용정문화관의 이광평 관장을 만났다. 용정시가지를 거닐면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은 어릴 때 보아왔던 이웃들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들의 모습은 평온했고 꾸밈없이 순박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에 빠져든 사람같이 연신 셔터를 눌렀다. 아마도 사진에 심취했던 5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그처럼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촬영을 한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는생각이 든다. 걸으면서 이야기하고 대상을 보면서 본능적으로 셔터를 눌렀다.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관광으로 단체여행을 하면서 점심시간에 틈을 낸 촬영이었다. 1시간이 채 되지 않은 동안 촬영한 필름은 10롤 정도... 그 속에 담겨진 내용들은 진솔한 그네들의 삶의 모습이었다. 그 후 여러 차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용정과 연변을 찾았지만 그러한 모습들을 다시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그들을 처음만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조선족에 대한사진적인 기록을 끊임없이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때 그 순간 그들을 만나면서 느꼈던 감동이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BS 다큐멘터리 세계테마기행 - 강위원과 함께하는 중국 동북지방의 겨울이야기

© All rights reserved. Gang Wee Won, 2016.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