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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목사의 쇄불절 2008

북경의 중앙민족대학에서 연구년을 보내든 2007년애는 번가원番家園fan jia yuan에서 사진화랑을 하면서 중국 소수민족을 촬영하는 강학송康學松kāng xuésōng을 만나면서 의기투합을 하였고, 그의 사우寫友들과 어울려 내몽고를 여행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귀국을 눈앞에 두고 있는 나에게 강학송이 벌판에 가득 라마승들이 모여 있는 사진 한 장을 보여주며 랑목사郞木寺láng mù sì의 쇄불절晒佛节shài fó jié 촬영을 제의를 해온 것이다. 나는 평소 그에게 티베트 촬영을 함께 할 것을 제의 했으나 티베트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흥미가 없다는 답변을 듣고 실망을 해오던 터라 두말없이 승낙을 하였다. 일정을 보니 연구년을 마치고 귀국 보고를 한 후 다시와야하는 것이다.

중국이 얼마나 넓은지 실감이 나는 여행이었다. 2008년 2월 13일 아침 7시 강학송의 집에 모인 일행은 봉고차를 타고 출발했다. 일행은 나를 포함해서 6명이었다. 내몽고 여행을 함께한 진금용陳金龍chén jīn lóng과 진팽괘陳彭挂chén péng guà도 보였으며 북경의 일간지 기자와 보조요원이 함께했다. 12인승의 봉고차이지만 8×10카메라를 지참한 사람이 두 명이나 있어서 장비와 짐으로 비좁았다. 전직 운전기사 출신인 진금용이 핸들을 잡았다. 자동차는 북경을 지나 하북성과 내몽고의 사막지대를 끝없이 달렸다. 첫날은 호화호특呼和浩特hū hé hào tè을 지나 포두包頭bāo tóu에서 숙박을 했다. 이튿날 5시 30분 기상,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을 달렸다. 경장고속京臟高速, 경몽고속京蒙高速의 팻말이 스쳐지나가는 곳곳에는 간간히 방풍림과 추수를 하고난 흔적이 보이는 논 밭, 공해가 극심해 보이는 공장, 낮은 처마를 만들어 겨우 비바람을 피할 수 있을 정도인 조그마한 바라크들이 황량한 사막에 산재해 있었다. 매서운 사막의 겨울 날씨 탓인지 고속도로 휴게소는 대부분 개점휴업을 하고 있었다. 숙박은 감숙성甘肅省gān sù shěng의 성도省都인 란주蘭州lán zhōu, 그곳에서 감숙경제일보의 진공장陳功章chén gōng zhāng 기자로부터 랑목사에 대한 길 안내를 받았다. 3일 째 란주에서 임하臨夏lín xià회족回族자치주인 임하, 합작시合作市hé zuò shì를 거쳐 부납傅拉fù lā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감남甘南gān nán장족藏族자치주인 녹곡현碌曲县liù qǔ xiàn이 나오고 랑목사에 이르게 된다. 쇄불절을 맞는 랑목사는 순례자와 여행객들이 넘쳐났다. 여관이나 여인숙은 몇 곳뿐이었다. 그 많은 순례자와 여행객들이 어디에 묵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호텔은 한곳뿐이었다. 우리 일행은 어렵게 인맥을 통해 겨우 여관에 자리를 잡았으나 너무 추워서 오리털 파커를 입은 채 잠을 잤다.

랑목사의 행정적 지명은 감남장족자치주녹곡현 랑목사진镇zhèn이며 감숙성甘肅省gān sù shěng, 청해성靑海省qīng hǎi shěng, 사천성四川省sì chuān shěng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백룡강白龙江bái lóng jiāng이 발원한다. 백룡강의 북안北岸 계곡에 사람의 형상을 닮은 종유석钟乳石동굴이 있어서 달창랑목达仓郎木dá cāng láng mù으로 부르다가 후에 랑목사가 되었다. 랑목사는 장족어의 호혈선녀虎穴仙女를 의미하는데 연화생莲花生lián huā shēng스님이 맹호를 교화시켜 선녀로 되게 하였다는 전설에서 유래하였다. 남안南岸은 사천성 약이개현若尔盖县ruò ěr gài xiàn이다. 그래서 하나의 마을이 강을 사이에 두고 감숙성의 “안다달창랑목사安多达仓郎木寺ān duō dá cāng láng mù sì” 사천성의 “격이저사格尔底寺gé ěr dǐ sì” 등 마주보는 라마불교의 사원군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쇄불절은 쇄대불晒大佛 shài dà fó즉 불상을 씻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거대한 대불을 노천에 전시하는 행사로서 우리나라의 괘불불사掛佛佛事와 비슷하다. 그것은 카페트로 만든 대불의 습기를 제거하여 곰팡이와 벌레가 서식을 막는 동시에 신도들이 대불에 참배를 하는 의식이 거행되는 것이다. 쇄대불 행사는 사찰마다 일정이 다른 경우가 있다. 어떤 곳에서는 석가모니의 탄생과 성도 열반화미륵의 출세 및 종객파의 탄생을 기념하여 해마다 음력 4월과 6월 에 개최하기도 한다. 랑목사에서는 음력(이곳에서는 장력藏历이라고 한다.) 정월 13일에서 17일 사이에 다양한 불교행사를 개최한다. 인근의 신도들은 상당수가 순례자巡禮者가 고행苦行을 하듯이 삼보일배三步一拜와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하면서 미리 친척이나 잘 알고 있는 스님들이 거처하는 숙소로 모여들어 사찰을 돌거나 참배를 한다. 쇄대불의 절정은 불상전시이다. 불상전시를 하는 날 라마들은 불상을 메고 사찰 옆의 산으로 올라가 동쪽의 첫 번째 건물로부터 태양광이 대지를 비출 때 카페트로 된 거대한 불상을 산 아래로 펼친다. 불상이 펼쳐지면 쇄대불 의식이 고조되며 모여든 신도들은 대불을 만져보려고 줄을 지어 이동하며 경을 읽는 라마들과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쇄대불이 끝난 후 대불은 사찰로 옮겨지고 경내에는 다양한 종교행사가 진행된다. 특이한 것은 쇄대불 행사가 랑목사와 격이저사 두 곳에서 같은 날 동시에 열리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라마불교를 숭상하는 장족들의 순례 열풍을 체험한 것이다. 그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서 쇄불절을 기해서 순례를 하고 있었다. 구정직후 엄동설한에 개최되는 쇄불절을 보기위해 랑목사로 오거나 인근의 사찰 부근 곳곳에서 그들을 만날 수 있었으며 심지어는 우리가 숙박한 여관에서도 오체투지를 할 수 잇는 장소를 마련해 놓고 시간만 나면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필자가 랑목사에 머문 4일 동안 매일 삼보일배와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여인을 본 것이다. 그녀는 랑목사 곳곳에 있는 그들이 숭상하는 마니와馬尼娃mǎ ní wa를 순례하고 있었다. 얼어붙은 설원雪原의 산을 오르고 내를 건너며 마니와를 돌고 또 돌았다. 하늘도 감동할 것 같은 치성致誠을 드리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공을 들인 완성도가 높은 작업은 아니다. 그러나 베이징올림픽을 통해서 세계적인 도약을 꿈꾸고 있는 중국대륙에 아직까지 이러한 순수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감동을 같이 나누고자 한다.

-강위원

EBS 다큐멘터리 세계테마기행 - 강위원과 함께하는 중국 동북지방의 겨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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