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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Space-WEENARI, dalsung-nongong, daegu, Korea

어촌의 사람들 1978-1986

우리나라 어촌에는 대부분 농사를 지으면서 어업을 병행하는 영세한 주민들이 살고 있다. 그곳들은 대부분 교통이 불편하고 교육이나 의료혜택 등과 같은 기본적인 문화혜택마저 받을 수 없는 열악한 현실이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자녀들의 교육이나 취업을 위해 도시로 떠나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인들이다. 그리고 바다에서 조업을 하는 특성상 자연사보다는 해상에서 일어난 사고로 사망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남자에 비해 여자의 인구가 훨씬 많다. 그들은 가장이 없는 상황에서 가사노동에서부터 육아, 그리고 남자들이 하는 거칠고 힘든 일까지 모두 도맡아야 하기 때문에 삶의 노고는 말로 다할 수 없다.

우리나라 해안은 지역마다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것들을 세분하자면 무수히 많은 특성들을 가지고 있지만 우선 큰 부류로만 나누어 보드라도 확연하게 다른 환경을 느낄 수 있다. 동해안은 곳곳에 백사장이 있으며 풍광이 아름답고 해수면의 경사가 커서 배들의 접안이 용이하기 때문에 어항이 발달해 있다. 남해안은 다도해라 불릴 만큼 섬이 많고 조약돌로 이루어진 해안들과 청정해역을 가지고 있어서 양식장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서해안은 대부분의 해안이 갯벌로 이루어져 있으며 경사가 완만하고 간만의 차이가 심해서 갯벌과 염전이 많다.

어촌이라는 소재로 촬영을 하려고 할 때에 몇 가지 주의 할 것은 이 있다. 농촌에서는 양력을 기준으로 절기에 따라 농사를 짓지만 어촌의 어업활동은 음력을 기준으로 절기에 따라 농사를 짓지만 어촌의 어업활동은 음력을 기준으로 작업한다. 바닷물은 하루에 두 번씩 들어오고 나가는데 물때에 따라서 양과 시간이 다르다. 그것은 조수潮水가 가장 낮은 때인 음력 매달 8일과 23일인 물이 가장 많이 빠지고 또 가장 많이 들어온다. 즉 조석潮汐현상이 가장 크다. 그래서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작업에 참가한다. 그것은 촬영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있고 소재도 풍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간조와 만조의 시간이 짧은 날은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기가 어렵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각별히 유념을 하여야한다. 바다에서 조업하는 배들은 대부분 저녁에 출항하며 일출전후에 항구로 들어온다. 따라서 어항의 한낮은 적막할 만큼 조용해진다. 그러기 때문에 바닷가 사진 촬영을 위해서는 작업이 왕성한 새벽이나 아침시간으로 촬영시간대를 맞추는 것은 필수적이다. 또 촬영을 떠나기 전에 미리 그 지역에 대한 정확한 물때를 알아두는 것이 좋다. 물때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물때”를 찾아보거나, 해당지역의 어촌계나 바다낚시를 전문으로 하는 낚시점 등에 문의를 하면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촬영지의 민박집이나 식당 등과 유대관계를 맺어두면 그 지역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정보까지 정확하게 확인 할 수 있다.

어촌사람들의 사진을 테마Thema가 있는 형태로 촬영하려고 시작한 것은 1979년부터였다. 그간 작업한 사진들을 가지고 첫 번째 개인전을 마친 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주제를 가지고 작업하는 것이 보다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부터였다. 그래서 생각한 주제가 바닷가의 모습을 담은 어촌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있는 반도국가로서 동해안, 서해안, 남해안이 서로 다른 환경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수많은 도서(島嶼)역시 독특한 삶의 문화가 정착해 있다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 여기에서 보여주는 사진들은 대부분 1978년부터 1984년 사이의 바닷가에서 작업한 것들이다. 대상은 열악한 조건 아래에서도 굴하지 않고 억척스럽게 일하고 있는 건강한 사람들의 삶의 모습에서 서정적인 면을 강조하였다. 그것은 그 시절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잘살아보자는 박대통령의 통치철학에 공감하는 시대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에 인간적인 감정을 더하여 표현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부분 도로가 잘 뚫려져 있지만 촬영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이들 지역은 대부분 교통의 오지로서 개발이 되지 않아서 시간적인 제약은 많았지만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자연스러움과 소박함을 더해주고 있어서 사진적안 정감이 더욱 컸다. 최근 우리나라는 국토 전반에 걸쳐서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그것은 바닷가의 풍경이나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가치관, 그리고 작업의 종류 역시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지금의 현실에서 그 시대의 모습은 찾을 길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현재의 시점視點에서 촬영하더라도 세월이 지난 후에도 어떻게 하면 시대정신을 남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진의 본질 중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기록성의 문제는 단순한 이미지의 기록만이 문제가 아닌 시대를 관조觀照하는 시대정신을 남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시절 선배사진가들이 한말 중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사진가가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라”라는 말이다. 그것은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그리고 때와 장소에 따라서 의미는 다르겠지만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관점에서 본다면 대상의 선택에서 표현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인본주의人本主義Humanism를 표방할 수 있는 가슴을 가질 수 있도록 자신을 연마하라는 뜻으로 의역意譯해 본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의 사진이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줄 수 있기를 기원한다.

-강위원

EBS 다큐멘터리 세계테마기행 - 강위원과 함께하는 중국 동북지방의 겨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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